토끼전 분석 - 작자미상 (4)
토끼전 분석 - 작자미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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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를 마친 후, 용왕이 곁에 선 신하에게 명하여 토끼를 모셔다가 편히 쉬도록 하였다. 토끼가 따라 들어가 보니 영롱한 빛을 발하는 병풍과 진주로 엮은 주렴이 사방에 드리워져 있었고, 저녁 식사를 받고 보니 인간 세상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진수성찬이었다. 그러나 토끼는 마치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안하기만 했다.
'내 비록 잠시 속임수로 용왕을 속였지만,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겠지.' 하는 생각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튿날 용왕을 뵙고 아뢰었다.
"용왕님의 병환이 심상치 않은 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육지에 나가 간을 가져오고자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의 작은 정성을 굽어살피시옵소서."
용왕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별주부를 불러들였다.!
"그대는 수고를 아끼지 말고, 다시 토 선생과 함께 인간 세상에 나갔다 오라."
하니, 별주부는 하는 수 없이 머리를 조아려 명을 받들었다. 용왕은 다시 토끼에게 당부하기를,
"그대는 속히 다녀오라."
하고 진주 이백 개를 주어 말하였다.
"이것이 비록 변변치 않으나 과인의 정성을 표하기 위해 우선 주노라."
토끼가 공손히 받은 후 용왕에게 하직하고 나오니, 수궁의 모든 신하들이 대궐 문밖에까지 나와 전송하였다.
그러나 자가사리만은 그 자리에 나오지 아니하였다.
▶ 중심 내용 정리
속임수를 써서 용궁을 벗어나는 토끼
▶ 본문 내용 정리
- 마치 바늘방석에 ~ 불안하기만 했다 : 좌불안석
- 밤새 ~ 못하고 : 전전반측, 노심초사
- 진주 이백 개 : 간을 가지고 빨리 돌아오라는 회유의 선물
- 그러나 ~ 아니하였다 : 토끼의 간사한 꾀를 눈치챔
▶ 어휘 정리
- 영롱하다 : 광채가 찬란하다
- 주렴 : 구슬 따위를 꿰어 만든 발
- 하직하다 : 먼 길을 떠날 때 웃어른께 작별을 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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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토끼는 다시 별주부의 등에 올라앉아 너른 바닷물을 건너 육지에 이르렀다. 별주부가 토끼를 내려놓으니, 토끼는 기쁨에 겨워 노래하되,
"이는 진실로 그물을 벗어난 새요, 함정에서 도망 나온 범이로다. 만일 나의 묘한 꾀가 아니었더라면, 어찌 고향 산천을 다시 볼 수 있었으리오?"
하며 사방으로 팔짝팔짝 뛰놀았다.
별주부가 토끼의 이런 모습을 보고 말하였다.
"우리의 갈 길이 바쁘니, 그대는 속히 돌아갈 일을 생각하라."
토끼가 큰 소리로 웃으며,
"미련한 자라야, 뱃속에 든 간을 어이 들이고 낼 수 있겠느냐? 이는 잠시 나의 묘한 꾀로 미련하고 어리석은 너희 용왕과 수국 신하들을 속인 말이로다. 또 너희 용왕이 병든 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이냐? 예로부터 전해지는 풍마우불상급이란 말은 이를 두고 이름이라. 그리고 이놈, 별주부야! 아무 걱정 없이 산속에서 한가로이 지내던 나를 유인하여 너의 공을 이루려 하였으니, 수궁에서 죽을 뻔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머리털이 꼿꼿이 서는 듯하다. 너를 죽여 나의 분을 풀어야 마땅하겠지만, 네가 나를 업고 만리창파 너른 바닷길을 왕래한 수고를 생각하여 목숨만은 살려 주겠노라. 죽고 사는 일은 모두 하늘의 명에 달린 것이니, 속히 돌아가 다시는 부질없는 생각을 내지 말라고 용왕에게 전하여라. 나는 청산으로 돌아가노라.
하고는 소나무 우거진 숲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 중심 내용 정리
별주부에게 충고하고 산으로 달아난 토끼
▶ 본문 내용 정리
- 그물, 함정 : 용궁
- 새, 범 : 토끼
- 나의 묘한 ~ 볼 수 있었으리오 : 자화자찬
- 우리가 갈 길이 ~ 일을 생각하라 : 별주부의 성격 ( 우직하고 충직함)
- 어리석은 ~ 신하들 : 당시 지배계층의 이기적이고 무지함 비판, 풍자
- 풍마우불상급 : 바람난 말과 소는 서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말로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음'을 뜻함
- 죽고 사는 일은 모두 하늘의 명에 달린 것 : 인명재천
▶ 어휘 정리
- 유인하다 : 주의나 흥미를 일으켜 꾀어내다
- 만 리까지 펼쳐진 푸른 물결이라는 뜻으로, 끝없이 넓은 바다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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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별주부는 토끼가 간 곳을 바라보며 길게 탄식하여 가로되,
"충성이 부족한 탓에 간특한 토끼에게 속아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무슨 면목으로 우리 용왕과 신하들을 대하리오? 차라리 이곳에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도다."
하고 토끼에게 속은 사연을 적어 바위에 붙이고, 머리를 바위에 부딪쳐 죽었다.
별주부가 떠난 뒤 소식이 없자 용왕은 거북을 보내어 자세한 사정을 알아 오라 분부했다. 거북이 즉시 물가에 이르러 살펴보니, 바위 위에 글이 붙어 있고, 곁에 별주부의 시체가 있었다.
거북이 돌아와 용왕에게 아뢰니, 용왕이 별주부를 불쌍히 여겨 후하게 장사를 지내 주었다. 그 후, 여러 신하들은 산중의 하찮은 토끼가 수궁의 군신을 속인 죄를 묻기 위해서 토끼를 잡아들여야 한다며 용왕에게 상소를 올렸다.
하지만 용왕이 이르기를,
"여러 신하들의 말은 옳지 않다. 과인이 하늘의 명을 모르고 무고한 토끼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였으니 어찌 현명하다 하겠느냐? 그대들은 다시 아무 말도 하지 마라."
하고는 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죽으니, 그때 용왕의 나이 일천팔백 세였다. 태자와 여러 신하들은 애통해하며 성대하게 장사를 치르니, 그 광경이 매우 엄숙하였다.
▶ 중심 내용 정리
토끼가 도망치자 별주부는 자결하고 용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죽음
▶ 본문 내용 정리
- 죽는 것만 같지 못하도다 : 죽는 것이 낫다 (우직함, 충성스러움 - 유교 사상)
- 글 : 별주부의 유서
- 과인이 하늘의 ~ 현명하다 하겠느냐 : 헛된 욕심에 대한 경계
- 나이 일천팔백 세 : 비현실성 ( 고전소설의 특징)
▶ 어휘 정리
- 간특하다 : 간사하고 악독하다
[핵심 정리]
▶ 표현상 특징
-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전개됨 (순행적 구성, 추보식 구성)
- 각 인물의 입장에서 다양한 교훈 (주제)을 제시함
- 동물을 의인화하여 인간 사회를 풍자하는 우화적 수법을 사용함
▶ 토끼전 형성과정
근원 설화 | 판소리 사설 | 고전 소설 | 신소설 | |||
구토설화 (구토지설) |
수궁가 (토별가) |
토끼전 (별주부전) |
토의 간 |
▶갈등양상
갈등 | 갈등내용 | ||
외적갈등 | 토끼 | 용왕 | |
-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함 -임기응변을 발휘해 용왕을 속이려고 함 |
-간을 빼앗으려 함 -토끼의 거짓에 속지 않으려고 의심함 |
▶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징적 의미
성격 | 상징적 의미 | |
토끼 | 침착하고 꾀가 많으며 능청스러움 허영심과 욕심이 많음 |
지혜로 위기를 벗어나는 재치 있는 일반 백성 |
용왕 | 이기적, 권위적이고 어리석음 |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지배층 |
별주부 | 충성심이 강하나 어리석음 | 충성스러우나 어리석은 신하 |
자가사리 | 강직하고 현명하며 분별력이 있음 | 소신있고 지혜로운 신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