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훈민가 - 정철

문학 작품 분석 2024. 9. 9. 23:00

훈민가 - 정철

 

[이해와 감상]

송강 정철이 45세 때, 강원도 관찰사로서 도민을 교화하기 위해 지은 16수의 연시조이다. 평이하고 정감어린 시어들을 사용하여 백성들의 이해와 접근이 쉽게 쓰여졌다.

[심화 감상]

<훈민가>는 '경민가' 또는 '권민가'라고도 한다. 창작 동기와 목적이 유교를 보편화하고 윤리 도덕의 실천을 백성들에게 가르치고자 한 목민가로서 목적문학에 속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부모에 대한 효성, 형제간의 우애, 이웃 간의 상부상조 등 유교적 윤리·도덕의 실천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중국 송나라 신종 때 진양이 지은 <선거권유문>을 본보기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그 표현 형태에 있어 우리의 전통적 시가 형식을 취했을 뿐 아니라, 평이하고 인정이 넘치는 고유어로 정서적 감동을 유발하여, 훌륭한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일상적으로 정겨운 인간관계에 치중하여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각 편의 화자나 청자를 이 땅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백성으로 설정함으로써 감화적인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신분적 상하 관계에 의한 강제나 명령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인정이 넘치는 나와 너, 즉 한 백성과 또 다른 백성의 목소리가 부각되고 있다.

[표현상의 특징과 우수성]

 이 작품은 목적이 분명한 교훈적이고 계몽적인 성격의 작품이다. 성격만 보면 딱딱하고 설득력이 약할 것 같지만 이 작품은 몇 가지 방법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첫째, 쉽고 일상성이 강한 어휘 사용이다.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어휘보다는 백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어휘들을 사용하여 내용을 전개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둘째, 정감 넘치는 어조이다. 완곡한 명령이나 청유형 문장을 통해 내용을 전개함으로써 함께 한다는 의식을 백성들에게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단순하게 통치자로서 지시하고 명령하는 방식과는 다른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셋째, 백성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항목들로 제재를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것들을 통해 이 작품은 교훈성이 갖는 한계를 벗고 훌륭한 시조로 남게 된 것이다. 

['훈민가'의 특색]

▶백성의 교화를 위한 것으로 계몽적이며, 교훈적인 성격을 띤 노래이다.

▶윤리, 도덕의 실천궁행을 목적으로 한 내용이다.

▶창의성이나 문학적 운치는 적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인정의 기미를 곁들여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이해와 접근이 용이하도록 했다.

▶끝맺음을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하여 백성들을 설득하는 힘이 강하다.

[창작 의도 이해하기]

 정철이 이 작품을 창작한 의도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백성을 다스리는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실천한 것이다. 목민관으로서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실천적 덕목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사상을 문학 속에 자연스럽게 형상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생활의 지침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르침이 없었던 것은 아니라 지금까지는 대부분 한자 위주의 어려운 문구와 실천 불가능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철은 백성들이 절실하게 느끼는 인간관계를 강조하고 쉬운 어휘들을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제재들을 다룬 어떤 작품들보다는 강렬한 설득력을 가지도록 하였다.

[일상 언어 사용과 교훈적 목적성]

 <훈민가>가 계몽적 ·교훈적 노래이면서도 세련된 문학으로 설득력이 강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언어 형식에 있다. 유교적 윤리관에 근거한 바람직한 생활의 권유라는 주제를 표현하되, 현실적 청자인 백성들의 이해와 접근이 용이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에는 중국 문학에서 차용한 한자 ·한문이 거의 없다. 어법에 있어서도 완곡한 명령이나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청유의 형식을 위주로 하고 있다. 지은이가 이런 언어 형식을 취한 것은 통치자로서의 명령적, 지시적 태도를 버리고 인간적인 데에 호소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 결과, '훈민가'는 훈민이라는 목적의식에서 지어진 많은 시조 가운데 가장 설득력 있고, 친근감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