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선생님 (절정~결말) - 채만식
[절정]
그 뒤로 강 선생님과, 뼘박 박 선생님은 사이가 매우 좋아졌다.
뼘박 박 선생님은, 학과 시간마다 우리에게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일본이 우리 조선을 뺏어 저의 나라에 속국으로 삼던 이야기도 해 주었다.
왜놈들은 천하의 불측한(생각이나 행동 따위가 괘씸하고 엉큼한) 인종이어서 남의 나라와 전쟁하기를 좋아하는 백성이라고 했다. (박 선생님의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드러남/일본에 충성하던 태도를 버리고 일본을 적대시함) 그래서 임진왜란 때에도 우리 조선에 쳐들어왔고, 그랬다가 이순신 장군이랑 권율 도원수한테 아주 혼이 나서 쫓겨간 이야기도 해 주었다.
우리 조선은 역사가 사천 년이나 오래되고 그리고 세계의 어떤 나라 못지않게 훌륭한 문화가 발달된 나라라는 이야기도 해 주었다.
뼘박 박 선생님은 한 일 년 그렇게 미국말 공부를 하더니(광복 이후 미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자 미국에 협력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얻고자 했음), 그 다음부터는 미국 병정이 오든지 하면 일쑤 통역을 하고 했다. 중학교에 다닐 때에 조금 배운 것이 있어서 그렇게 쉽게 체득했다고 했다.
미국 병정은 벼 공출을 감독하러 와서 우리 뼘박 박 선생님을 꼬마 자동차에 태워 가지고, 동네동네 돌아다녔다. (박 선생님에게 통역을 부탁하기 위해)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 양복을 얻어 입고, 미국 담배를 얻어 피우고, 미국 통조림이랑 과자를 얻어먹고 했다. (미국에 협력하여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박 선생님)
해방 뒤에 새로 온 김 교장 선생님이 갈려 가고 강 선생님이 교장이 되었다. 강 선생님이 교장이 된 다음부터는, 뼘박 박 선생님은 강 선생님과 도로 사이가 나빠졌다.
우리는 한번 뼘박 박 선생님이 미국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교장 선생님이
"자넨 그걸 무어라구, 주접스럽게 얻어 피우곤 하나?"
하고, 핀잔하는 것을 보았다.
강 선생님은 교장이 된 지 일 년이 못 되어서 파면을 당했다.
어른들 말이, 강 선생님은 빨갱이라고 했다. 그래서 파면을 당했노라고 했다. 또 누구는, 뼘박 박 선생님이 강 선생님을 그렇게 꼬아 댄 것이지, 강 선생님은 하나도 빨갱이가 아니라고도 했다. (박 선생님의 모함 때문에 강 선생님이 파면당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음 / 시대적 배경을 이용한 박 선생님의 모함 때문임)
강 선생님이 파면을 당한 뒤를 물려받아 뼘박 박 선생님이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교장이 된 뼘박 박 선생님은 그 작은 키가 으쓱했다.
[핵심정리] *박 선생님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강한 쪽에 붙어 이익을 얻으려는 기회주의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임 (시류에 편승하며 살아가는 기회주의자) *강 선생님이 미국을 추종하는 박 선생님과 대립하다가 파면을 당함 |
[어휘정리] *일쑤 : 드물지 아니하게 흔히 *체득 : 몸소 체험하여 알게 됨 *공출 : 국민이 국가의 수요에 따라 농업 생산물이나 기물 따위를 의무적으로 정부에 내어놓음 *파면 :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직무나 직업을 그만두게 함 |
[결말]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 세상에 미국같이 훌륭한 나라가 없고, 미국 사람같이 훌륭한 백성이 없다고 했다. 우리 조선은 미국 덕분에 해방이 되었으니까 미국을 누구보다도 고맙게 여기고, 미국이 시키는 대로 순종해야 하느니라고 했다. (힘을 가진 대상에게만 복종하는 박 선생님의 기회주의적인 태도가 드러남)
우리가 혹시 말 끝에 "미국 놈......"이라고 하면, 뼘박 박 선생님은, 단박 붙잡아다 세우고 벌을 세우곤 했다. 전에, "덴노헤이까 바가"라고 한 것만큼이나 엄한 벌을 주었다.
"이놈아, 아무리 미련한 소견이기로, 자아 보아라. 우리 조선을 독립시켜 주느라구 자기 나라 백성을 많이 죽여 가면서 전쟁을 했지. 그래서 그 덕에 우리 조선이 왜놈의 압제에서 벗어나서 독립이 되질 아니했어? 그뿐인 감? 독립을 시켜 주구 나서두 우리 조선 사람들 배 아니 고프구 편안히 잘 살라고 양식이야, 옷감이야, 기계야, 자동차야, 석유야, 설탕이야, 구두야, 무어 죄다 골고루 가져다주지 않아? 그런데 그런 고마운 사람들더러, 미국 놈이 무어야?"
벌을 세우면서 뼘박 박 선생님은 이렇게 꾸짖곤 했다.(미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박 선생님)
우리는 뼘박 박 선생님더러 미국에도 덴노헤이까가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에 덴노헤이까가 있지 않고서야 그렇게 일본의 덴노헤이까처럼 우리 조선 사람을 친아들과 같이 사랑하고, 우리 조선 사람들이 잘 살도록 근심을 하며, 온갖 물건을 가져다주고 할 이치가 없기 때문이었다. (해방 전에 뼘박 박 선생님은, 덴노헤이까는 우리 조선 사람들을 일본 사람들과 같이 사랑하고, 우리 조선 사람들이 잘 살기를 근심하신다고 늘 가르쳐 주곤 했다.) (어린아이인 '나'의 순진무구함이 나타남 / 읽는 이의 웃음 유발 / 박 선생님의 잘못된 행동을 부각함)
뼘박 박 선생님은 미국에는 덴노헤이까는 없고, 덴노헤이까보다 훌륭한 '돌멩이'라는 양반이 있다고 대답했다.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박 선생님의 말을 희화화함 / 박 선생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
우리는 그럼, 이번에는 그 '돌멩이'( 미국의 제33대 대통령 트루먼을 가리키는 말)라는 훌륭한 어른을 위하여 미국 신민노세이시(미국신민서사)를 부르고(일제가 1937년에 만들어 조선인들에게 외우게 했던 '황국 신민 서사'가 있었기 때문에), 기미가요(일본의 국가) 대신 돌멩이 가요를 부르고 해야 하나 보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뼘박 박 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광복 전에는 일본을 찬양했다가 광복 후에는 미국을 찬양하는 '박 선생님'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는 판단이 미숙한 어린아이인 '나'에게 이상하게 느껴짐/ 박 선생님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한 '나'의 평가 / '특정' 인물에 대한 서술자의 직접적인 평가가 드러남)
[핵심정리] *박 선생님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찬양했던 것처럼 광복 후에는 미국을 찬양하고 있음 / 속담 :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박 선생님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담김 *박 선생님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여 읽는 이의 웃음을 유발하고 박 선생님의 부정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부각한다. 또한 박 선생님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줌 |
[어휘정리] *순종 : 순순히 따름 *소견 : 어떤 일이나 사물을 살펴보고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의견 |
[정리]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
성격 | 풍자적, 비판적 |
배경 | 해방 전후, 어느 초등학교 |
제재 |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선생님 |
주제 | 해방 전후의 혼란한 사회 상황 속에서 기회주의적으로 행동하는 인물 비판 |
특징 | *어린아이를 서술자로 설정하여 주인공을 관찰함 *어리숙하고 순진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읽는 이의 웃음 유발(비판하려는 대상의 부정적인 면모를 부각함으로써 풍자의 효과를 높임) *인물의 외모와 행동을 과장하고 희화화하여 읽는 이의 웃음을 유발하고 박 선생님의 부정적이고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부각함, 박 선생님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