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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난이대 - 하근찬

by 문학 작품 분석 2024. 10. 10.

수난이대 - 하근찬

 

[ 이해와 감상]

 하근찬의 [수난이대]는 6·25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지만 태평양 전쟁을 배경으로 가지기도 한다.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대 현실 속에서 태평양 전쟁을 경험했고 아들은 6·25 전쟁을 겪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농촌(경상도) 지역은 본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장소를 의미한다. 부자가 겪은 수난은 가족의 수난이자 우리 민족의 수난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에서는 일제에 의해 한쪽 팔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6·25 전쟁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잃은 아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민족의 비극적인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상호 협력하여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행동을 통해 불행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본문 분석]

발단 - [1]

진수가 돌아온다. 진수가 살아서 돌아온다.
아무개는 전사했다는 통지가 왔고, 아무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통 소식이 없는데, 우리 진수는 살아서 오늘 돌아오는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깻바람이 날 일이다. 그래 그런지 몰라도 박만도는 여느때 같으면 아무래도 한두 군데 앉아 쉬어야 넘어설 수 있는 용머리재를 단숨에 올라채고 만 것이다. 가슴이 펄럭거리고 허벅지가 뻐근했다. 
 그러나 그는 고갯마루에서도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들 건너 멀리 바라보이는 정거장에서 연기가 물씬물씬 피어 오르며 삐익 기적 소리가 들려 왔기 때문이다. 아들이 타고 내려올 기차는 점심때가 가까워 도착한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해가 이제 겨우 산등성이 위로 한 뼘 가량 떠올랐으니, 오정이 되려면 아직 차례 멀은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공연히 마음이 바빴다. 까짓것, 잠시 앉아 쉬면 뭐할 기고. 손가락으로 한쪽 콧구멍을 누르면서 팽! 마른 코를 풀어 던졌다. 그리고 휘청휘청 고갯길을 내려가는 것이다.

① 진수가 ~ 돌아온다 :진수는 만도의 아들로, 아들이 살아서 돌아오는 것에 대한 만도의 기쁨이 드러남.

② 아무개는 ~ 없는데 :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죽거나 실종되었음, 전쟁이라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드러남.

③ 용머리재를 ~ 것이다 : '용머리재'는 만도의 공간 이동을 보여줌, 아들을 만난다는 기쁨으로 힘듦을 못 느끼는 장면임.

④ 기적 소리 : 시대상황을 드러냄, 당시에는 증기기관차와 같은 교통수단이 사용되었음

⑤ 오정 : 낮 열두 시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정거장으로 아들을 마중 나가는 만도

 

 

발단 - [2]

 내리막은 오르막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대고 팔을 흔들라치면 절로 굴러 내려가는 것이다. 만도는 오른쪽 팔만을 앞뒤로 흔들고 있었다. 왼쪽 팔은 조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있는 것이다. 삼대 독자가 죽다 말이 되나. 살아서 돌아와야 일이 옳고말고. 그런데 병원에서 나온다하니 어디를 좀 다치기는 다친 모양이지만, 설마 나같이 이렇게사 되지 않았겠지. 만도는 왼쪽 조끼 주머니에 꽂힌 소맷자락을 내려다보았다. 그 소맷자락 속에는 아무것도 든것이 없었다. 그저 소맷자락만이 어깨 밑으로 덜렁 처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노상 그쪽은 조끼 주머니 속에 꽂혀 있는 것이다. 볼기짝이나 장딴지같은 데를 총알이 약간 스쳐갔을 따름이겠지. 나처럼 팔뚝 하나가 몽땅 달아날 지경이었다면 그 엄살스런 놈이 견뎌 냈을 턱이 없고말고.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하는 듯 그는 속으로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다.

①  대고 : 무리하게 자꾸, 또는 계속하여 자꾸

② 그런데 ~ 모양이지만 :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복선에 해당, 진수에 대한 만도의 걱정과 불안, 진수의 상황을 암시

③ 그 ~ 없었다. : 만도가 왼팔이 없음 의미

④ 그 ~ 없고말고 :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는 복선, 만수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고 진수가 괜찮을 것이라 확신을 함

▶병원에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진수를 걱정하는 만도

 

 

발단 - [3]

 내리막길은 빨랐다. 벌써 고갯마루가 저만큼 높이 쳐다보이는 것이다. 산모퉁이를 돌아서면 이제 들판이다. 내리막길을 쏘아 내려온 기운 그대로, 만도는 들길을 잰걸음 쳐 나가다가 개천 둑에 이르러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외나무다리가 높여 있는 조그마한 시냇물이었다. 한여름 장마철에는 들어설라치면 배꼽이 묻히는 수도 있었지마는 요즈막엔 무릎이 잠길 듯 말듯 한 물인 것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물은 밑바닥이 환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아져 갔다. 소리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으면 절로 잇속이 시려온다.
 만도는 물 기슭에 내려가서 쭈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고의춤을 뜯어 헤쳤다. 오줌을 찌익 갈기는 것이다. 거울면처럼 맑은 물위에 오줌이 가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뿌우연 거품을 이루니 여기저기서 물고기 떼가 모여든다. 제법 엄지손가락만씩한 피리도 여러 마리다. 한 바가지 잡아서 회쳐 놓고 한잔 쭈욱 들이켰으면...... 군침이 목구머어에서 꿀꺽했다. 고기 떼를 향해서 마른 코를 팽팽 풀어 던지고, 그는 외나무다리를 조심히 디뎠다.
 길이가 얼마 되지 않는 다리었으나 아래로 몸을 내려다보면 제법 아찔했다. 그는 이 외나무다리를 퍽 조심한다.

① 개천 둑 : 만도의 이동 경로

② 외나무다리 : 만도의 장애를 부각하는 소재, 과거 회상의 매개체 

③ 고의춤 : 바지의 허리를 접어서 여민 사이

④ 피리 : 송사리

▶ 외나무다리에 도착한 만도

 

 

발단 - [4]

 언젠가 한번, 읍에서 술이 꽤 되어가지고 흥청거리며 돌아오다가, 물에 굴러 떨어진 일이 있었던 것이다. 지나치는 사람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누가 보았더라면 큰 웃음거리가 될 뻔했었다. 발목 하나를 약간 접쳤을 뿐, 크게 다친 데는 없었다. 이른 가을철이었기 때문에 옷을 벗어 둑에 널어놓고 말릴 수는 있었으나 여간 창피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옷이 말짱 젖었다거나 옷이 마를 때까지 발가벗고 기다려야 한다거나 해서가 아니었다. 팔뚝 하나가 몽땅 잘라져 나간 흉측한 몸뚱이를 하늘 앞에 드러내 놓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나치는 사람이 있을라치면, 하는 수없이 물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얼굴만 내놓고 앉아 있었다. 물이 선뜩해서 아래턱이 덜덜거렸으나, 오그라 붙는 사타구니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흐흐흐......"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곧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하늘로 쳐들린 콧구멍이 연방 벌름거렸다.

① 언젠가 한번 : 과거 회상

② 물에 ~ 것이다 : 술에 취해 외나무다리에서 떨어진 적이 있음 - 만도가 외나무다리를 조심하는 이유

③ 여간 ~ 아니었다 : 한쪽 팔이 없었기 때문에

④ 하는 수없이 ~ 앉아 있었다 : 한쪽 팔이 없는 몸을 감추기 위해서

⑤ 그때 일을 ~ 나오는 것이다. : 과거의 상처를 웃음으로 넘기는 모습을 통해 만도의 성격이 소탈하고 순박하며, 긍정적임을 알 수 있음/ 동시에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상처와 그로 인한 비극성을 느끼게 함

▶ 외나무다리에서 떨어졌던 일을 회상하는 만도

 

 

발단 - [5]

 개천을 건너서 논두렁길을 한참 부지런히 걸어 가노라면 읍으로 들어가는 한길이 나선다. 도로변에 먼지를 부옇게 덮어 쓰고 도사리고 앉아 있는 초가집은 주막이다. 만도가 읍네 나올 때마다 꼭 한번씩 들르곤 하는 단골집인 것이다. 이 집 눈썹이 짙은 여편네와는 예사로 을 주고 받는 사이다. 
술방 문턱을 들어서며 만도가,
"서방님 들어가신다."
하면, 여편네는,
"아이 문둥아 어서 오느라."
하는 것이 인사처럼 되어 있었다. 만도는 여간 언짢은 일이 있어도 이 여편네의 궁둥이 곁에 가서 앉으면 속이 절로 쑥 내려가는 것이었다.

① 한길 : 사람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넓은 길

② 주막 : 만도가 진수와 돌아오는 길에 들러 쉬는 공간

③ 농 : 농담/실없이 놀리거나 장난으로 하는 말

④ 서방님 ~ 오느라 : 만도와 주막 주인이 친한 사이임을 알 수 있음

▶ 주막 주인과 친한 사이인 만도

 

 

발단 - [6]

 주막 앞을 지나치면서 만도는 술방 문을 열어 볼까 했으나, 방문 앞에 신이 여러 켤레 널려 있고, 방안에서 웃음 소리가 요란하기 때문에 돌아오는 길에 들르기로 했다. 신작로에 나서면 금세 읍이었다. 만도는 읍 들머리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정거장 쪽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장거리를 찾아가는 것이었다. 진수가 돌아오는데 고등어나 한 손 사가지고 가야 될 거 아닌가, 싶어서였다. 장날은 아니었으나, 고깃전에는 없는 고기가 없었다. 
 이것을 살까 하면 저것이 좋아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이고 그것을 사러 가면 또 그 옆의 것이 먹음직해 보였다. 한참 이리저리 서성거리다가 결국은 고등어 한 손이었다. 그것을 달랑달랑 들고 정거장을 향해 가는데, 겨드랑 밑이 간질간질해 왔다. 그러나 한쪽밖에 없는 손에 고등어를 들었으니 참 딱했다.
어깻죽지를 연방 위아래로 움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거장 대합실에 들어선 만도는 먼저 벽에 걸린 시계부터 바라보았다. 두시 이십분이었다. 벌써 두시 이십분이니 내가 잘못 보나? 아무리 두 눈을 씻고 보아도 시계는 틀림없는 두시 이십분이었다. 한쪽 걸상에 가서 궁둥이를 붙이면서도 곧장 미심쩍어 했다. 두시 이십분이라니, 그럼 벌써 점심때가 겨웠단 말인가? 말도 아닌 것이다. 자세히 보니 시계는 유리가 깨어졌고 먼지가 꺼멓게 앉아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엉터리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을 리가 없는 것이다. 
"여보이소 지금 몇 싱교?"
맞은편에 앉은 양복쟁이한테 물어 보았다.
"열시 사십분이오."
"예, 그렁교."
만도는 고개를 굽실하고는 두 눈을 연방 껌벅거렸다. 열시 사십분이라, 보자 그럼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나마 남았구나. 

① 신작로 :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는 소재 / 새로 만든 길이라는 뜻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새로 낸 길

② 장거리 : 진수를 위한 고등어를 사는 공간

③ 고등어 한 손 : 진수에 대한 만도의 애정을 드러냄 / 만도의 장애를 부각하는 역할

④ 그러나 ~ 딱했다 : 신체적 장애로 인해 사소한 일에서조차 불편함을 보여줌

⑤ 정거장 대합실 : 만도가 진수를 기다리는 공간 /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공간

⑥ 한쪽 ~ 미심쩍어했다 : 시간이 늦었을까 걱정함

⑦ 겨웠단 : 때가 지나거나 기울어서 늦음

⑧ 자세히 ~ 있었다 : 시계가 고장 났음

⑨ 양복쟁이 :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는 소재

⑩ 열 시  ~ 남았구나 :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정거장에 일찍 나온 만도

▶ 고등어를 사서 정거장에 도착한 만도

 

※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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