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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가시리 - 작자미상

by 문학 작품 분석 2024. 9. 10.

가시리 - 작자미상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작자와 연대 미상의 고려 속요로, 사랑하는 임과의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시가이다. 사랑하는 임을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는 애절한 심정을 짧은 노래로 절절히 표현하고 있어서 '서경별곡'과 더불어 대표적인 이별가로 꼽힌다. 제1연과 제2연에서는 떠나는 임에 대한 애원과 원망이 나타나고 있으나, 제3연에서는 임이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그러한 원망을 접고 있으며, 제4연에서는 임에 대한 자신의 한결같은 마음을 드러내며 꼭 다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모두 4연으로 된 연장체로서 매 연은 2행, 각 행은 3음보격의 율격을 이루고 있고, 각 행의 제3음보가 기준 음절수보다 적은 음보일 경우에는 '나난'이라는 여음구를 넣어 운율을 맞추고 있다. 여음구와 후렴구를 제외하면 4행을 1연으로 하는 2연의 민요체 가요가 된다는 점에서 4행을 기본으로 하는 민요가 궁중 음악인 속악으로 편입되면서 노래의 분위기와 상관없는 여음구와 후렴구가 삽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심화 감상]

간결한 형식에 순 우리말의 소박한 시어로 이별의 정한과 재회에 대한 간절한 기원을 진솔하게 피력한 이 노래는 고려 시대에 널리 유행한 민요라 하겠다. 사랑하는 임을 보내는 여인의 애틋하고 서글픈 정서가 함축적인 시어로 구사되고 있으며, 비교적 짧은 시 형식에 여인의 사려 깊은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애원 - 탄식 - 절제 - 기다림'의 시적 화자의 갈등 해결 구조를 지닌 이 노래는 떠나는 야속한 임을 차마 붙잡지 못하는 여인의 순박한 정서, 이별의 슬픔을 가슴 깊이 묻고 임을 보내야 하는 여인의 정한을 여성 화자의 목소리를 빌려서 잘 나타내고 있다. 또,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 <악장가사>에 수록되었으며, <시용향악보>에는 '귀호곡' (속칭 '가시리')이라는 명칭으로 그 첫 연만 악보에 기재되어 있다. 

 노랫말에 남녀의 소박한 사랑과 이별의 내용과는 어울리지 않게 송축의 후렴 '위 증즐가 대평셩대'가 붙은 것은 이 노래가 궁중의 속악으로 채택되어 국왕 앞에서 불리면서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위'는 감탄사, '증즐가'는 악기의 의성어로 악률에 맞추기 위해 삽입한 것으로 각 행에 반복되는 '나난'은 노랫가락에 맞추기 위한 여음으로 볼 수 있다.

 

[지은이의 심리 변화]

 이 노래는 임과 이별하는 시적 화자의 심정을 간결한 형식에 담아 절실하게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1연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가는 임에 대한 원망의 심정을 내비치고 있으며, 제2연에서는 그러한 원망과 한탄이 더 고조되어 나타난다. 그러나 제3연에서는 그러한 원망과 한탄으로 인해 임이 마음을 상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심정을 드러낸다. 그래서 제4연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여 이별의 상황을 조용히 받아들이면서 임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은근히 표현하고 있다.

 

▶1연 : 떠나는 임에 대한 서러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냄(원망)

▶2연 : 이별에 대한 슬픔과 원망의 심정이 극한 상황으로 고조됨(좌절)

▶3연 : 붙잡고 매달릴 수 있지만 임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들어 한발 물러 섬(체념)

▶4연 : 슬픈 마음을 절제하면서 자기희생적인 태도로 임과의 이별을 맞이함(기원)

 

[시적 화자의 갈등 해결 구조]

 1·2연에서는 임이 떠나는 사실과 혼자 남은 화자의 외로움에 대한 불안으로 인한 갈등이 고조되며 시적 전개의 절정을 이룬 3연에서는 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심정과 자칫 임의 마음을 상하게 할지 모른다는 염려 사이에서 화자가 양보함으로써 고조되던 갈등이 일단 차단된다. 4연에서는 화자가 선뜻 양보를 보여 주었듯이 임도 곧 돌아오기를 기원하면서 화자 스스로 갈등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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