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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수난이대 - 하근찬

by 문학 작품 분석 2024. 10. 17.

수난이대 - 하근찬

[본문 분석]

 

절정 - [1] 

 기역자판 안에 도사리고 앉아서 속옷을 뒤집어 까고 이를 잡고 있던 여편네가 킥하고 웃으며 후닥딱 옷섶을 여몄다. 그러나 만도는 웃지를 않았다. 방 문턱을 넘어서며도 서방님 들어가신다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아마 이처럼 무뚝한 얼굴을 하고 이 술방에 들어서기란 처음일 것이다. 여편네가 멋도 모르고,
"오늘은 서방님 아닌가배."
하고 킬킬 웃었으나, 만도는 으음! 또 무거운 신음 소리를 했을 뿐 도시 기분을 내지 않았다. 기역자판 앞에 가서 쭈그리고 앉기가 바쁘게,
"빨리 빨리."
재촉을 하였다.
"핫다나, 어지간히도 바쁜가배."
"빨리 꼬빼기로 한 사발 달라니까구마."
"오늘은 와 이카노?"
여편네가 쳐주는 술사발을 받아 들며, 만도는 휴우---하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입을 얼른 사발로 가져갔다. 꿀꿀꿀, 잘도 넘어가는 것이다. 그 큰 사발을 단숨에 말려 버리고는, 도로 여편네 눈 앞으로 불쑥 내밀었다. 그렇게 거들빼기로 석 잔을 해치우고사 으으윽! 하고 개트림을 하였다. 여편네가 눈을 휘둥그레져 가지고 혀를 내둘렀다. 빈 속에 술을 그처럼 때려 마시고 보니, 금새 눈두덩이 확확 달아오르고, 귀뿌리가 발갛게 익어 갔다. 술기가 얼큰하게 돌자, 이제 좀 속이 풀리는 성 싶어 방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진수는 이마에 땀을 척척 흘리면서 다 와 가고 있었다.

① 도사 : 팔다리를 함께 모으고 몸을 웅크리다

② 방 문턱을 ~ 않았다 : 평소와 다른 만도의 모습 (분노와 절망에 가득 차 있음)

③ 만도는 ~ 했을 뿐 : 만도가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냄

④ 여편네가 ~ 내둘렀다 : 만도의 행동이 평소와 다름

⑤ 얼큰하게 : 술에 취하여 정신이 조금 어렴풋하다

⑥ 진수는 ~ 있었다 : 만도와 많이 뒤떨어져 이를 따라잡기 위해 고생하고 있음)

▶ 주막에 도착해 급하게 술을 마시는 만도

 

 

절정 -[2]

"진수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리 들어와 보래."
".............."
진수는 아무런 대꾸도 없이 어기적어기적 다가왔다. 다가와서 방 문턱에 걸터앉으니까, 여편네가 보고, 
"방으로 좀 들어오이소."
하였다.
"여기 좋심더."
그는 수세미 같은 손수건으로 이마와 코 언저리를 싹싹 닦아냈다.
"마 아무데서나 묵어라. 저 ---국수 한 그릇 말아주소."
"야."
"꼬빼기로 잘 좀...... 참지름도 치소, 알았능교?"
"야아."
여편네는 코로 히죽 웃으면서 만도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고는, 소쿠리에서 삶은 국수 두 뭉텅이를 집어 들었다.
진수가 국수를 훌훌 끌어 넣고 있을 때, 여편네는 만도의 귓전으로 얼굴을 갖다 댔다.
"아들이가."
만도는 고개를 약간 앞뒤로 끄덕거렸을 뿐, 좋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진수가 국물을 훌쩍 들어마시고 나자, 
만도는, 
"한 그릇 더 묵을래?"
하였다.
"아니 예."
"한 그릇 더 묵지 와."
"고만 묵을랍니더."
진수는 입술을 싹 닦으며 뿌시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막을 나선 그들 부자는 논두렁길로 접어들었다. 아까와 같이 만도가 앞장을 서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진수를 앞세웠다. 지팡이를 짚고 찌긋둥찌긋둥 앞서 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팔뚝이 하나밖에 없는 아버지가 느럿느럿 따라가는 것이다. 손에 매달린 고등어가 대구 달랑달랑 춤을 추었다. 너무 급하게 들어마셔서 그런지, 만도의 뱃속에는 우글우글 술이 끓고, 다리가 휘청거렸다. 콧구멍으로 더운 숨을 훅훅 내불어 보니 정신이 아른해서 역시 좋았다.
"진수야!"
"예."
"니 우째다가 그래 됐노?"
"전쟁하다가 이래 안 됐심니꼬. 수류탄 쪼가리에 맞았심더."
"수류탄 쪼가리에?"
"예"
"음."
"얼른 낫지 않고 막 썩어 들어가기 땜에 군의관이 짤라 버립디더. 병원에서예. 아부지!"
"와?"
"이래 가지고 우째 살까 싶습니더."
"우째 살긴 뭘 우째 살아?" 목숨만 붙어 있으면 다 사는 기다. 그런 소리 하지 말아."
"......"
"나 봐라. 팔뚝이 하나 없어도 잘만 안 사나. 남 봄에 좀 덜 좋아서 그렇지, 살기사 왜 못 살아.'
"차라리 아부지같이 팔이 하나 없는 편이 낫겠어예. 다리가 없어놓니, 첫째 걸어댕기기에 불편해서 똑 죽겠심더."
"야야. 안 그렇다. 걸어댕기기만 하면 뭐하노, 손을 지대로 놀려야 일이 뜻대로 되지."
"그러까예?"
"그렇다니, 그러니까 집에 앉아서 할 일은 니가 하고, 나댕기메할 일은 내가 하고, 그라면 안 대겠나, 그제."
"예."

① 국수 한 그릇 말아 주소 : 만도의 태도 변화(진수에 대한 애정)

② 곱빼기로 ~ 치소 : 만도의 태도 변화(진수에 대한 애정)

③ 한 그릇 더 묵을래 : 진수에 대한 마음이 풀리면서 아들을 아끼는 만도의 마음이 드러남

④ 한 그릇 더 묵지. 와 : 진수에 대한 마음이 풀리면서 아들을 아끼는 만도의 마음이 드러남

⑤ 아까와 같이 ~ 따라가는 것이다 : 뒤도 보지 않고 앞장서서 걷던 상황과 대비되며 진수에 대한 만도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보여 줌

⑥ 니 ~ 댔노 : 진수의 상황을 알아보려는 마음이 생김

⑦ 전쟁하다가 ~ 맞았심더 :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상처를 드러냄( '수류탄'은 시대 상황을 드러내는 소재임)

⑧ 얼른 ~ 버립디더 : 6·25 전쟁 중 열악한 의료 상황으로 인해 상이군인이 됨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 줌)

⑨ 이래 ~ 싶습니더 : 자신의 처지를 걱정함

⑩ 그러니까 ~ 그제 :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고 함

▶ 자신의 상황을 걱정하는 진수를 위로하는 만도

 

 

절정 - [3]

 진수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만도는 돌아보는 아들의 얼굴을 향해 지긋이 웃어주었다. 술을 마시고 나면 이내 오줌이 마려워지는 것이다. 만도는 길가에 아무데나 쭈그리고 앉아서 고기 묶음을 입에 물려고 하였다. 그것을 본 진수는,
"아부지, 그 고등어 이리 주소."
하였다. 팔이 하나밖에 없는 몸으로 물건을 손에 든 채 소변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아버지가 볼일을 마칠 때까지, 진수는 저만큼 떨어져 서서 지팡이를 한쪽 손에 모아 쥐고, 다른 손으로 고등어를 들고 있었다. 볼일을 다 본 만도는 얼른 가서 아들의 손에서 고등을 다시 받아 든다.

① 만도는 ~ 웃어주었다. : 진수를 위로하고 격려함

② 고등어 : 만도와 진수가 서로 협력하영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는 역할을 함

③ 아버지가 볼일을 ~ 받아 든다 :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가는 만도와 진수의 모습

▶ 서로의 부족한 점을 도와주는 만도와 진수

 

 

결말 -[1]

 개척 둑에 이르렀다.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는 그 시냇물이다. 진수는 슬그머니 걱정이 되었다. 물은 그렇게 깊은 것 같지 않지만, 밑바닥에 모래흙이어서 지팡이를 짚고 건너가기가 만만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외나무다리는 도저히 건너갈 재주가 없고...... 진수는 하는 수 없이 둑에 퍼지고 앉아서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만도는 잠시 멀뚱히 서서 아들의 하는 양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진수야, 그만두고, 자아 업자."하는 것이었다.
"업고 건느면 일이 다 되는 거 아니가. 자아, 이거 받아라."
고등어 묶음을 진수 앞으로 민다.
"......"

① 외나무다리 : 만도와 진수 앞에 놓인 시련·장애물 / 우리 민족의 수난 상징 / 만도와 진수가 서로 의지하며 건너는 모습을 통해 두 사람의 고난 극복 의지를 드러내는 소재 / 서로 협력하여 수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소재

② 진수는 ~ 시작했다 : 외나무다리로 건널 수 없어 물속으로 건너가려고 함

③ 진수야 ~ 업자 : 아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을 돕고자 함(시련 극복의 의지)

④ 고등어 ~ 민다 : 고등어를 들고 진수를 업을 수는 없기 때문에

▶ 외나무다리에 도착한 만도와 진수

 

 

결말 - [2]

 진수는 퍽 난처해 하면서, 못 이기는 듯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만도는 등허리를 아들 앞에 갖다 대고, 하나밖에 없는 팔을 뒤로 버쩍 내밀며,
"자아, 어서!"
진수는 지팡이와 고등어를 각각 한 손에 쥐고, 아버지의 등허리로 가서 슬그머니 업혔다. 만도는 팔뚝을 뒤로 돌리면서, 아들의 하나뿐인 다리를 꼭 안았다. 그리고
"팔로 내 목을 감아야 될 끼다."
했다. 진수는 무척 황송한 듯 한쪽 눈을 찍 감으면서, 고등어와 지팡이를 든 두 팔로 아버지의 굵은 목줄기를 부둥켜안았다. 만도는 아랫배에 힘을 주며, '끙!' 하고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약간 후들거렸으나 걸어갈 만은 했다. 외나무다리 위로 조심조심 발을 내디디며 만도는 속으로 ,이제 새파랗게 젊은 놈이 벌써 이게 무슨 꼴이고. 세상들 잘못 만나서 진수 니 신세도 참 똥이다, 똥. 이런 소리를 주워섬겼고, 아버지의 등에 업힌 진수는 곧장 미안스러운 얼굴을 하며, '나꺼정 이렇게 되다니, 아부지도 참 복도 더럽게 없지, 차라리 내가 죽어 버렸더라면 나았을 낀데......' 하고 중얼거렸다.
만도는 아직 술기가 약간 있었으나, 용케 몸을 가누며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조심조심 건너가는 것이었다.
눈앞에 우뚝 솟은 용머리재가 이 광경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① 진수는 지팡이와 ~ 꼭 안았다 :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

② 목줄기 : '목덜미'의 방언

③ 새파랗게 ~ 똥 : 진수의 수난이 비극적 역사와 시대에 원인이 있음을 드러냄

④ 나꺼정 ~ 낀데 : 자신마저 장애를 갖게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함

⑤ 만도는 아직 ~ 건너가는 것이었다 : 시련과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모습 / 화합과 협동을 통한 수난 극복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줌 → 주제 의식이 드러남

⑥ 눈앞에 ~ 있었다 :

  • 근경(만도 부자의 모습)에서 원경(용머리재)으로 전환되며 용머리재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만도 부자를 바라보는 것으로 작품을 마무리함 
  • 만도 부자가 무사히 외나무다리를 건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러남 
  • 이들의 수난 극복 과정을 증명하고 이를 응원하고 싶은 작가의 감정이 투영된 장치임
  • 용머리재가 부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듯 서술하여 여운을 남김 
  • 두 인물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반영함
  • 새 삶의 의지를 감동적으로 드러냄
  •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부자의 모습을 자연의 시선을 바라보게 함
  • 만도 부자를 바라보는 서술자의 시선이 자연물인 용머리재로 바뀌게 됨
  • 용머리재처럼 우뚝 솟은 장엄한 산조차도 만도 부자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으로 그들의 모습이 경이로움을 표현하고자 함
  • 수난에 좌절하고 절망하지 않는 인간의 극복 의지를 보여줌
  • 고난을 딛고 일어서는 부자의 의지에 대한 경외감이 드러남

 

[핵심 정리]

갈래 현대 소설, 전후 소설
성격 향토적, 의지적, 상징적
배경 시간 : 일제 강점기부터 6.25 전쟁 직후 까지
공간 : 경상도 어느 마을과 남양 군도의 어느 섬
주제 우리 민족의 수난과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
특징 -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
- '외나무 다리'라는 상징적인 소재를 통해 주제를 전달함
- '현재 - 과거 - 현재'의 역순행적 구성을 취하고 있음
- 공간의 이동에 따라 사건이 전개
-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겪은 사건을 병렬적으로 결합함

 

 

['만도'와 '진수'가 겪은 수난의 의미]

만도 진수
일제 강점기 강제 징용으로 한쪽 팔을 잃음 6.25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음
전쟁 자체의 참혹성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닌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수난과 상처를 드러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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