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선생님 - 채만식
[1장] - 발단
우리 박 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1인칭 관찰자 시점 / 주인공 : 박 선생님 / 관찰자 : 나)
반 선생님은 생긴 것부터가 무척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키가 한 뼘밖에 안 되어서 뼘생 또는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박 선생님의 키는 작은 사람 가운데서도 유난히 작은 키였다. 일본 정치 때에, 혈서로 지원병에 지원했다(박 선생님의 친일적인 태도를 알 수 있음) 체격 검사에 키가 제 척수에 차지 못해 낙방이 되었다면, 그래서 땅을 치고 울었다면, 얼마나 작은 키인지 알 일이다. → 박 선생님의 외양 묘사 / 박 선생님의 작은 키
그런 작은 키에 몸집은 그저 한 줌만 하고, 이 한 줌만 한 몸집, 한 뼘만 한 키 위에 깜짝 놀랄 만큼 큰 머리통이 위태위태하게 올라앉아 있다. 그래서 박 선생님의 또 하나의 별명은 대갈 장군이라고도 했다.
→ 박 선생님의 외양 묘사 / 박 선생님의 큰 머리
머리통이 그렇게 큰 박 선생님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느냐 하면, 또한 여느 사람과는 많이 달랐다.
뒤통수와 앞이마가 툭 내솟고, 내솟은 좁은 이마 밑으로 눈썹이 시꺼멓고, 왕방울 같은 두 눈은 부리부리하니 정기가 있고도 사납고, 코는 매부리코요, 입은 메기입으로 귀 밑까지 넙죽 째지고, 목소리는 쇠꼬챙이로 찌르는 것처럼 쨍쨍하고.
→ 박 선생님의 외양 묘사 / 박 선생님의 얼굴 생김새
이런 대갈 장군인 뼘생 박 선생님과 아주 정반대로 생긴 이가 강 선생님이었다.
강 선생님은 키가 크고, 몸집도 크고, 얼굴이 너부릇하고, 얼굴이 검기는 하여도 순하여 사나움이 든 데가 없고, 눈은 더 순하고, 허허 웃기를 잘하고, 별로 성을 내는 일이 없고, 아무 하고나 장난을 잘하고..... 강 선생님은 이런 선생님이었다.
→ 강 선생님의 외양 묘사 : 박 선생님과 대조되는 외모임 / 순한 성격
뼘박 박 선생님과 강 선생님은 만나면 싸움이었다. (견원지간 : 개와 원숭이의 사이라는 뜻으로, 사이가 매우 나쁜 두 관계)
하학을 하고 나서, 우리들이 청소를 한 교실을 둘러보다가 또는 운동장에서(그러니까 우리들이 여럿이는 보지 않는 곳에서 말이다) 두 선생님이 만날라 치면, 강 선생님은 괜히 장난이 하고 싶어 박 선생님을 먼저 건드리곤 하였다.
"뼘박아, 담배 한 대 붙여 올려라."
강 선생님이 그 생긴 것처럼 느릿느릿한 말로 이렇게 장난을 청하고, 그런다 치면 박 선생님은 벌써 성이 발끈 나 가지고
"까불지 말아, 죽여 놀 테니."
"얘야 까불다니, 이 덕집엔 좀 억울하구나...... 아무튼 담배나 한 개 빌리자꾸나."
"나도 뻐젓한 돈 주구 담배 샀어."
"아딴 이 사람, 누가 자네더러 담배 도둑질했대나?"
"너도 돈 내구 담배 사 피우란 말이야."
"에구 요 저려야! 몸이 요렇게 용잔하게 생겼거들랑 속이나 좀 너그럽게 써요."
"몸 크고서 속 못 차리는 건, 볼 수 없더라."
하나는 커다란 몸집을 해 가지고 싱글싱글 웃으면서, 하나는 한 뼘만 한 키에 그 무섭게 큰 머리통을 한 얼굴을 바싹 대들고는 사남이 졸졸 흐르면서, 그렇게 마주 서서 싸우는 모양은 마치 큰 수캐(강 선생님)와 조그만 고양이(박 선생님)가 마주 만난 형국이었다.
[핵심정리] * 박 선생님의 외양 묘사를 통해 박 선생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 (읽는 이의 웃음 유발) * 나' 는 박 선생님의 외모를 '뼘생', '뼘박', '대갈장군' 등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로 보아 '나'는 박 선생님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음 * 강 선생님을 묘사한 내용에서 알 수 있는 강 선생님의 성격 : 마음이 넓고 여유로우며 유순한 성격 |
[어휘 정리] 혈서 : 제 몸의 피를 내어 자기의 결심, 청원, 맹세 따위를 글로 씀. 또는 그 글 척수 : 치수, 길이에 대한 몇 자 몇 이의 셈 낙방 : 시험, 모집, 선거 따위에 응하였다가 떨어짐 정기 : 생기 있고 빛이 나는 기운 매부리코 : 매부리와 같이 코끝이 아래로 삐죽하게 솟은 코 너부릇하고 : 조금 넓고 평평한 듯하고. '너부죽하다'의 방언 하학 : 학교에서 그날의 수업을 마침 |
[중심 내용] 박 선생님과 강 선생님의 외모 및 성격을 소개함 박 선생님과 강 선생님의 관계 |
[2장] - 전개
다른 학교에서도 다 그랬을 테지만 우리 학교에서도, 그때 말(일제 강점기 후반)로 '국어'라던 일본말' 그 일본말로만 말을 하게 하고 엄마 아빠할 적부터 배운 조선말은 아주 한 마디도 쓰지 못하게 했다.(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일제가 우리 민족을 탄압함)
그러나 주재소(일제 강점기에 순사가 머무르면서 사무를 맡아보던 일제 경찰의 말단 기관)의 순사, 면의 면 서기, 도 평의원을 한 송 주사, 또 군이나 도에서 연설하러 온 사람, 이런 사람들(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나 조선 사람끼리 만나도 척척 일본말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했지, 다른 사람들(보통 사람들)이야 일본 사람과 만났을 때 말고는 다들 조선말로 말을 하고 그래서 학교 문 밖에만 나가면 만판 조선말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요, 더구나 집에 돌아가면 어머니, 아버지, 언니, 누나, 아기 모두들 조선말을 했다. 그러니까 우리도 교실에서 공부를 하고 나와 운동장에서 우리끼리 놀고 할 때에는 암만 해도 일본 말보다 조선말이 더 많이, 그리고 잘 나왔다. → 관료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보통 사람들의 대조적인 언어 사용 모습 / 관료나 특별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평상시에 조선 사람끼리 만나도 일본 말을 썼지만, 다른 사람들은 일본 사람과 만났을 때 말고는 평상시에 조선말을 사용하였음)
학교에서고, 학교 밖에서고 조선말로 말을 하다 선생님한테 들키는 날이면 경을 치는 판이었다. 선생님들 중에서도 제일 심하게 밝히는 선생님이 뼘박 박 선생님이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다른 일본 선생님은 나무라기만 하고 마는 수가 있어도, 뼘박 박 선생님은 절대로 용서가 없었다.
나도 여러 번 혼이 나 보았다.('나'가 조선말을 사용한 것 때문에 박 선생님에게 여러 번 혼났음을 알 수 있음)
한 번은 상준이 녀석과 어떡하다 쌈이 붙었는데 둘이 서로 부둥켜안고 구르면서, 이 자식아, 저 자식아, 죽어 봐, 때려 봐, (조선말을 사용함)하면서 한참 때리고 제기고 하는 참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고랏! 조셍고데 겡까 스루야쓰가 이루까(이놈아! 조선말로 쌈 하는 녀석이 어딨 어.)"
(친구들끼리 싸운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조선말을 쓴 것만 나무라는 박 선생님 / 박 선생님의 친일적인 태도가 드러남 / 박 선생님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
하면서 구둣발길로 넓적다리를 걷어차는 건, 정신없는 중에도 뼘박 박 선생님이었다. 우리 둘이는 그 자리에서 뺨이 붓도록 따귀를 맞았고, 공부 시간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그 시간 동안 변소 청소를 하였고, 그리고 조행 점수를 듬뿍 깎였다.
이렇게 뼘박 박 선생님한테 제일 중한 벌을 받는 때가 언제냐 하면, 조선말로 지껄이다 들키는 때였다.
강 선생님은 그와 반대로 아무 시비가 없었다. (조선말을 쓰는 것을 문제 삼지 않음)
교실에서 공부를 할 때 빼고는 그리고 다른 선생님, 그중에서도 교장 이하 일본 선생님들과 뼘박 박 선생님이 보지 않는 데서는, 강 선생님은 우리한테 일본말로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가 일본말을 해도 강 선생님은 조선말을 하곤 했다. (강 선생님이 일본 말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임을 알 수 있음 / 일제에 동조하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일제에 저항하면서 민족정신을 지키려는 행동)
우리들이 어쩌다
"선생님은 왜 '국어'로 안 하세요?" (자기 나름대로 일제에 저항하면서 민족정신을 지키려는 행동)
하고 물으면 강 선생님은 웃으면서
"나는 '국어'가 서툴러서 그런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보기에도 강 선생님은 일본말이 서투른 선생님이 아니었다.
[핵심정리] 박 선생님은 일제에 동조하여 자신은 물론 학생들에게 일본 말만 쓸 것을 강요하지만 강 선생님은 수업 시간 외 평상시에는 의도적으로 일본 말 대신 조선말을 씀 |
[어휘정리] *순사 : 일제 강점기에 둔, 경찰관의 가장 낮은 계급, 또는 그 계급의 사람 *평의원 : 어떤 일을 평가하거나 심의하는 데 참여하는 사람 *만판 : 다른 것은 없이 온통 한가지로 *제기고 : 팔꿈치나 발꿈치 따위로 지르고) *조행 : 태도와 행실을 아울러 이르는 말 |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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